
SK, 선경도서관 25억원 기부
'기업 자산은 사람' 최종건의 신념
최종현 선대회장이 계승해 건립
30주년 맞아 종합 문화공간 단장
"지역사회에 계속 기여할 것"
1995년 선경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오른쪽은 경기 수원 선경도서관 잔디밭에 서있는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 동상. /SK그룹 제공
지난 27일 경기 수원 신풍동 선경도서관(사진). 양지바른 잔디밭에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 동상이 단정히 서 있었다. 동상 앞 현판에는 ‘기업의 자산은 곧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고 인재 양성과 교육 환경 조성에 앞장섰던 최종건 회장은 수원이 낳은 자랑스러운 기업인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SK그룹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선경도서관에 25억원을 기부한다. 1995년 SK가 25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선경도서관은 이번 기부금을 활용해 현대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수원은 SK그룹의 뿌리로 불리는 도시다. 최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은 수원 평동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살았다. 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도 수원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선경도서관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형 최종건 창업회장의 애향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했다. SK그룹은 팔달산 자락에 있던 법원과 검찰청 부지를 매입해 직접 건물을 지은 뒤 수원시에 기부했다. 최 선대회장은 새벽마다 점퍼 차림으로 공사 현장을 찾으며 도서관 건설에 애착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경도서관은 대지면적 1만1830㎡ 부지에 건물면적 8312㎡로 지어졌다. 총사업비 250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유조선 ‘시와이즈 자이언트’호를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었다. SK그룹은 도서 4만9598권, 비도서 2529점 등 총 5만2127권도 기증했다. 이후 소장 도서는 꾸준히 늘어 현재 선경도서관은 52만70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 기부는 SK그룹의 인재 철학과 맞닿아 있다. 최 창업회장은 1950년대 기계를 돌릴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회사에 조명을 밝게 켜고 구성원에게 밤늦도록 한글을 가르쳤다. 최 선대회장도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기업 경영에 인재보국 철학을 접목했고,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언제나 적극적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생전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도 추진했다. 1974년 SK그룹은 ‘일등 국가, 일류 국민 도약과 고도의 지식산업사회 건설’을 목표로 민간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 선대회장의 인재보국 경영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다. 최 선대회장 20주기인 2018년 사재인 SK㈜ 주식 20만 주(당시 520억원 상당)를 출연해 ‘최종현학술원’을 세웠다.
도서관에 기업의 이름을 걸었지만 이익을 바라지 않았다. 도서관 개관 당시에도 최 선대회장은 “형님이 강조한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뜻을 이어받아 지역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수원시는 SK의 모든 역사를 함께한 뜻깊은 도시”라며 “수원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에 지속해서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