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안녕하세요 여러분, 『요주의 과학』입니다. 뇌는 인간의 행동과 학습, 소통을 만들어내는 가장 복잡한 기관입니다. 동시에 인공지능은 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을 모방하고 확장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연구를 통해 뇌 기능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접근을 소개하고, 이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를 직접 다녀온 생생한 현장 후기를 통해, AI 기술의 최신 동향과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살펴봅니다. 뇌과학과 인공지능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미래를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지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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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DA 수용체가 들려주는 자폐증 연구의 새로운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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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준 교수님은 KAIST 생명과학과 특훈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단장으로, 시냅스와 뇌질환 연구를 선도하는 신경과학자입니다. 시냅스 단백질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발병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 왔으며, 관련 연구를 Nature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아산의학상을 수상했으며, 시냅스 기능 이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뇌질환 치료 전략 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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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은 왜 생길까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신경과학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1,200여개의 자폐증 관련 유전자가 보고되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자마다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 새로운 연구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원인들 사이에는 공통된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김은준 교수님은 그 답을 '시냅스(synapse)', 즉 신경세포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 부위에서 찾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시냅스 기능과 자폐증의 관계를 연구해 온 그는, 자폐증의 발병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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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서로 대화할까요 우리 뇌에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합니다. 각각의 신경세포는 수천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 이 연결 부위를 시냅스(synapse)라고 합니다. 시냅스에서는 전기 신호가 화학 신호로 바뀌며 다음 신경세포로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NMDA 수용체(NMDA receptor, NMDAR)입니다. 쉽게 말하면 NMDAR는 '신호를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스마트 스위치'와 같습니다. 글루탐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문을 열지는 않습니다. 충분한 자극이 들어왔을 때만 문을 열어 칼슘 이온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고, 이를 통해 신경세포 간 연결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배우고, 경험을 통해 뇌가 변화하는 과정에도 NMDAR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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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DAR만 고치면 해결될까요 김은준 교수님 연구팀은 오래전부터 NMDAR 기능 이상이 자폐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가설을 검증해 왔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NMDAR 활성이 너무 낮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닐까?"라는 가설이 유력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자폐증 동물모델을 연구해 보니 어떤 모델에서는 NMDAR 활성이 감소했지만, 다른 모델에서는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같은 자폐 관련 유전자라도 돌연변이가 발생한 위치, 유전자의 결실 정도, 생쥐의 나이와 성별, 심지어 유전적 배경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랐습니다. 즉, 하나의 원인으로 모든 자폐증을 설명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김 교수님은 발표에서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폐증에는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존재하며, NMDAR는 그중 하나의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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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구는 실패한 걸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과학에서는 가설이 틀렸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성과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자폐증이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생물학적 경로를 거쳐 나타나는 매우 다양한 질환군이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원인을 가진 환자라도 시냅스 기능 이상이라는 공통된 지점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연구팀은 NMDAR 자체뿐 아니라 교세포(glial cell)가 시냅스 주변의 환경을 조절하는 방식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글라이신 농도를 조절해 시냅스 기능을 정상화했을 때 일부 행동 이상이 개선되는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아직 임상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넘어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한 치료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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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포인트 예전의 자폐증 연구는 "어떤 유전자에 문제가 있을까?"를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많은 유전자들이 결국 뇌에서 어떤 공통된 변화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구의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김은준 교수님의 연구는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아직 자폐증의 정답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일은 정밀의학 시대의 새로운 자폐증 치료법으로 이어질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번 과가위 발표집과 강연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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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를 우리는 로봇, 세계의 규칙을 꿈꾸는 중국: WAIC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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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도보다 뜨거웠던 AI 열기 상하이의 여름은 각오보다 강렬했습니다. 세계인공지능대회(WAIC)가 개막한 7월 17일, 도심의 기온은 38.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잠깐만 밖에 서 있어도 ‘불지옥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에 도착해 보니 날씨보다 더 뜨거운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을 직접 보려는 사람들의 열기였습니다.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WAIC 2026의 주제는 ‘지능형 파트너, 함께 만드는 미래’였습니다. 전시 면적은 처음으로 10만㎡를 넘어섰고, 1,100개 이상의 기업이 3,000여 점의 기술과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이 가운데 300개 이상은 세계 최초 공개 제품이었습니다. 나흘간 전시장을 찾은 인원은 무려 40만 명을 넘었습니다. 숫자만 늘어놓으면 거대한 산업박람회처럼 들리지만, 현장에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람객의 구성이었습니다. 기술기업 관계자뿐 아니라 학생과 가족, 로봇을 찍기 위해 휴대전화를 높이 든 시민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첫 번째 메시지를 받은 셈입니다. 중국에서 AI는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함께 경험하고 토론하는 현실의 일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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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쏟아진 자신감 회의장은 말 그대로 지식과 아이디어의 향연이었습니다. 140개가 넘는 포럼에 1,400명 이상의 연사가 참석했고, 튜링상과 노벨상 수상자도 9명이나 포함됐습니다. 강화학습의 선구자인 리처드 서튼, 딥러닝 연구자인 요슈아 벤지오를 비롯한 석학들이 기술의 가능성부터 위험, 과학 연구의 변화, 국제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습니다. 많은 세션이 중국어로만 진행돼 흥미로운 토론을 충분히 따라가기 어려웠던 점은 해외 참가자로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중국 연사들이 중국어로 자신들의 기술과 미래를 이야기할 때 느껴지는 당당함은 번역 없이도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우리가 만든 기술을 우리의 언어로 설명한다’는 자신감이 포럼 전체에 묘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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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뿐 아니라 규칙까지 만들겠다는 중국 올해 WAIC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개막식 기조연설이었습니다. 시 주석이 WAIC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2018년 대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중국이 이번 행사를 단순한 기술박람회가 아니라, AI 시대의 국제 질서를 논의하는 국가적 무대로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개막 전날에는 29개국이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의 창립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5,000명의 AI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여러 지역협력체와 AI 응용센터를 설립하며, 기상 조기경보 시스템 ‘마쭈’를 30개국에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협력과 표준의 형태로 세계에 확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물론 선언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마쭈’의 30개국 보급은 완료된 실적이 아니라 목표이며, 공식 자료에서 실제 적용이 확인되는 국가는 현재 7개국*입니다. WAICO 역시 29개국의 서명이라는 외형은 갖췄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의사결정 구조와 예산, 집행 수단 같은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아직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건물로 치면 설계도와 입주자 명단은 나왔지만, 실제로 공사를 시작하고 건물을 운영할 체계까지 마련된 것은 아닙니다. * 파키스탄, 지부티, 에티오피아, 요르단, 몽골, 솔로몬제도, 스리랑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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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Multilateral Cooperation Forum on AI Govern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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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규제할 것인가, AI 시대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 WAIC의 여러 포럼 가운데 특히 눈길이 간 것은 ‘글로벌 AI 거버넌스와 지속가능한 발전: 도전과 대응’이었습니다. 최종현학술원과 상하이포럼을 함께 개최해 온 복단대가 주최한 자리로, AI의 위험을 통제하는 방법뿐 아니라 기술 변화 속에서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가 논의됐습니다. 이 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한 차지호 국회의원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AI 기술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만 논의해서는 이미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차 의원은 앞으로 5~10년 동안 노동과 경제체제, 정치와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AI에 몇 가지 안전장치를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AI 시대에 맞는 경제·복지·사회 시스템을 새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의료와 교육, 복지, 공공안전에서 누구나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AI 기본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AI를 국가 간 산업경쟁의 무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지능’이자 사회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나갔습니다. 한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글로벌 AI 허브 역시 9개 국제기구와 5개 다자개발은행의 역량을 모아 기후·보건·식량 등 국제사회의 문제를 AI로 풀어보려는 구상입니다. 중국의 WAICO와 한국의 글로벌 AI 허브는 출발점과 운영 방식이 같지는 않지만, AI 격차가 새로운 국제적 불평등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는 흥미로운 접점을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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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해전술이 아니라 ‘반해전술’ 포럼에서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논의했다면, 바로 옆 전시장에서는 그 변화에 필요한 부품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습니다. 응용·생태관에서는 제조와 의료, 금융, 교육 등 산업 현장에 들어간 AI를, 기술·혁신관에서는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체화지능관에는 200개가 넘는 관련 기업과 300대 이상의 로봇이 모였고, 전방위 연결관은 신생기업과 투자자들이 만나는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AI의 두뇌와 몸, 일자리와 자본이 한 전시장 안에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화웨이가 공개한 Atlas 950 SuperPoD는 중국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개별 AI 반도체의 성능에서 미국을 당장 따라잡기 어렵다면, 수많은 NPU인 어센드 칩을 초고속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작동시키겠다는 접근입니다. 인해전술이 아니라, 말하자면 ‘반(半導體)해전술’입니다. 칩 한 개의 싸움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규모와 연결 방식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수많은 칩을 묶으면 전력 소비라는 청구서가 따라옵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설비를 빠르게 확충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라면 데이터센터 전력부터 걱정할 전략을 중국은 일단 밀어붙여 볼 수 있는 체력이 있는 셈입니다. 완전히 자립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없으니 기다린다”가 아니라 “있는 것으로 다른 구조를 만든다”는 태도만큼은 분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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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보다 뜨거웠던 부스 옆 논쟁 중국의 AI 경쟁은 하드웨어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전시장 곳곳에서 중국산 AI 모델들이 저마다의 능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중 MiniMax는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이미지·영상·음악을 다루는 멀티모달 기술을 앞세운 기업입니다. 부스에서 만난 한 신입 직원은 입사 면접에서 1989년생인 옌쥔제 최고경영자를 직접 만났고, 그의 탈권위적이고 도전적인 태도에 끌려 입사를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똑똑하고 열정적입니다. 불필요한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려고 하죠.” 그 직원은 중국 AI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거창한 산업정책이나 자본 규모보다 사람들의 열정과 헌신을 먼저 꼽았습니다. 다소 모범답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진심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평균 연령 29세인 젊은 조직에서 최고경영자가 신입 사원을 직접 면접하고, 직원은 회사의 경쟁력을 ‘재미’라고 설명합니다. 중국의 AI 기업을 움직이는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본 순간이었습니다. WAIC 개막 직전에 공개된 Moonshot AI의 Kimi K3도 화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총 2조8,000억 개의 파라미터와 100만 토큰의 긴 문맥 처리 능력을 내세운 모델로, 모델 평가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지능지수에서 57점을 기록해, 60점인 Claude Fable 5와 59점인 GPT-5.6 Sol에 바짝 따라붙으며 최상위권 성능을 보였습니다. 부스 직원에게 다른 중국 LLM과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온 답은 의외로 단호했습니다. “저희는 다른 모델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경쟁사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리지 않겠다는 꽤 모범적인 답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중국인 관람객이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습니다. 그는 Kimi가 미국의 초거대 최전선 모델을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데 불과하다며, 비용을 크게 낮추고 기술을 빠르게 확산하는 중국 특유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준 모델은 DeepSeek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식 부스에서는 말을 아꼈지만, 관람객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하나의 ‘중국 AI’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안에서도 기업과 기술을 둘러싼 자부심과 회의, 경쟁과 팬심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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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리는 로봇, 실수를 연발하는 로봇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역시 로봇이었습니다. 입구에서는 공상과학 만화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탑승형 거대 로봇이 위용을 뽐냈습니다. 사방에서는 휴머노이드가 물건을 집어 옮기고, 로봇개가 계단을 오르내리고, 로봇들이 축구공을 쫓았습니다. 사람의 손동작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는 로봇도 있었고, 인간과 지나치게 비슷한 피부와 표정을 지닌 로봇 앞에서는 신기함보다 묘한 섬뜩함이 먼저 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아지봇(AGIBOT)의 다도 시연이었습니다. 봇은 6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도 자리의 주인인 ‘팽주’처럼 차도구를 옮기고, 차를 준비해 우리고, 찻잔에 따라 손님에게 건넸습니다. 물건 하나를 집는 짧은 시연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순서대로 기억하고 정교한 손동작을 오랫동안 이어가야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로봇이 차를 따르는 순간, 전시장 주변에서는 일제히 휴대전화가 올라갔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로봇에게 모든 일을 넘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상당수 로봇은 주변의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집는 데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시도하다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는 로봇도 있었습니다. 화면 속 홍보영상에서는 날렵하게 움직이던 로봇이 실제 무대에서는 컵 하나를 집기 위해 꽤 긴 고민에 빠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로봇에게 일을 빼앗기기보다, 답답해서 우리가 먼저 일을 빼앗아 올 가능성이 더 커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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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하지 않는 로봇 뒤에서 발견한 진짜 경쟁력 그런데 오히려 그 미완성의 풍경이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서툰 기술인데도 수많은 기업이 저마다의 로봇을 당당히 전시장에 내놓고, 바로 옆 부스의 경쟁자와 성능을 겨루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성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어떤 로봇은 끝내 시장에 나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수백 개 기업이 동시에 실패하고 수정하며 경쟁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몇몇 기업의 기술력은 지금과 전혀 다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산업도 그랬습니다.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고 가격과 성능을 놓고 치열하게 싸운 끝에, 살아남은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위협할 만큼 강해졌습니다. 중국의 강점은 지금 전시된 로봇들이 완벽하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로봇 수백 대가 생태계를 이뤄 동시에 경쟁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시연 중 문제가 생긴 로봇팔을 부스 뒤로 가져가 여러 명의 젊은 기술자가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이십대 초반의 앳된 얼굴의 청년들은 노트북과 공구를 든 채 로봇팔의 동작을 확인하고, 서로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리에 몰두했습니다. 관람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면도 아니었고, 곧바로 시연을 재개하기 위한 연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앞의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젊은 기술자들의 몰입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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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래를 먼저 전시한다 WAIC에서 본 중국의 AI는 완성된 미래가 아니었습니다. 로봇은 자주 멈췄고, 모델의 실제 성능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렸으며, 자체 반도체와 컴퓨팅 생태계에도 여전히 여전히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남아 있었습니다.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 역시 이름에 걸맞은 국제기구로 자리 잡으려면 오랜 협상과 신뢰 구축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반도체와 대규모 모델, 로봇, 글로벌 거버넌스를 하나의 방향 아래 묶어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전시장을 통해 “지난해에는 구상이었던 것이 올해는 여기까지 왔다”고 조금씩 증명합니다. 기술과 산업, 인재와 자본, 외교와 국제표준을 별개의 정책으로 보지 않고 거대한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한국이 중국과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몇 개의 뛰어난 기술만 확보한다고 해서 AI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세상에 내놓고 경쟁시킬 시장, 젊은 기술자들이 실패하며 성장할 공간, 기술과 자본·인재·외교·국제표준을 연결하는 긴 호흡의 전략이 함께 필요합니다. 39도의 상하이에서 가장 뜨겁게 느껴졌던 것은 로봇의 모터도, 컴퓨팅 장비에서 나오는 열기도 아니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일단 무대에 올려놓고, 수많은 사람이 달려들어 현실로 만들어보려는 에너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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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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