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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요주의 과학] vol.27 인간의 뇌는 전쟁터가 되었다

2026. 02. 25

 

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신정에 이어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번 호에서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짚어봅니다. 가짜 뉴스의 전파 구조와 탐지 기술 그리고 인지전의 개념을 살펴보고, AI 확산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 논쟁까지 함께 다룹니다. 정보와 지능이 사회와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지금, 변화의 본질을 차분히 들여다봅니다.

이번 〈요주의 과학〉은 KAIST 전산학부 교수이시자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으로 활동중이신 차미영 교수님의 발표를 소개해드립니다.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차 교수님은 트위터 전수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한가지 궁금증을 가지셨다고 합니다. "가짜뉴스는 왜 올리는것이며, 어떻게 네트워크에 확산되는 것일까?". 이 질문이 바로 교수님의 '가짜 뉴스 연구'의 시작이자, 오늘 뉴스레터의 출발점이 되겠습니다. 

가짜 뉴스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차 교수님은 가짜 뉴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전파 당시에는 진위가 검증되지 않았으나, 이후 거짓으로 판명되었거나 여전히 미확인 상태로 남은 사건.” 이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가짜 뉴스는 단순한 '허위 정보'가 아니라 검증 이전의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보 생산의 주체가 개인으로 이동하고, 딥페이크 기술과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보의 생성 속도는 인간의 검수 역량을 압도하고 있어요.
네트워크는 거짓을 어떻게 퍼뜨리는가
 
차미영 교수님 연구팀은 트위터 데이터를 분석해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의 확산 패턴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 가짜 뉴스는 연결성이 낮은 ‘점 조직’ 형태로 퍼지며, 팔로워 수가 적은 계정에서 많은 계정으로 확산됨
  • 진짜 뉴스는 신뢰도 높은 허브에서 시작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로 퍼짐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네트워크 지표와 수학적 모델로 계산하면 약 200개의 딥러닝 피처(feature)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해당 특성들을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은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80~90% 수준의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해요. 이는 인간 평균 정답률(약 66%)보다 꽤 높은 수치라는 사실!
Kwon et al., PLoS ONE (2017)

인지전: 뇌를 겨냥한 전쟁

 

NATO는 인간의 뇌 역시 전쟁터가 될 수 있다고 보며 이를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전쟁이 물리적 영토를 넘어 사람들의 인식과 판단 영역에서도 벌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차 교수님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정보 검색을 많이 하는 반면, 분노를 느끼는 사람은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가짜 뉴스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감정별 행동 차이는 인지전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정 감정을 자극하면 정보 확산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고, 반복 노출을 통해 인식을 고정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 관심사, 네트워크 구조까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생성형 AI는 특정 감정을 추가해 “더 잘 퍼지는 메시지”를 생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기'에 살고있는 지금.. 그렇다면 우리가 내린 결정은 정말 우리의 것일까요? 아니면 설계된 정보 흐름의 결과일까요? 

 

이번 〈요주의 과학〉 발표집에는 가짜 뉴스 탐지 알고리즘과, 인지전 사례, 코로나19 인포데믹 분석 등 보다 상세한 연구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발표 전문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AI 뉴스 하나에 증발한 수십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Claude Co-work image generated by ChatGPT      
최근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다소 섬뜩한 표현 하나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종말(apocalypse)을 붙인 말로, “AI 확산이 구독형 기업 소프트웨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SaaS는 기업이 매달 구독료를 내고 사용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입니다. 영업관리(CRM), 회계·인사 시스템, 협업툴 같은 익숙한 소프트웨어들이 여기에 속하죠.
 
공포는 분위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라클, 세일즈포스, 어도비 등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톰슨로이터가 하루에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불을 지핀 계기 중 하나로 지목된 사례가 바로 Anthropic의 업무형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였습니다. 클로드 코워크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 스프레드시트 생성, 파일 정리 같은 다단계 작업을 비교적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비서입니다. 여기에 법률·금융·마케팅 등 전문 기능 플러그인이 추가되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요동쳤습니다. 투자자들은 실적보다 구조 변화 가능성에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질문은 단 하나였습니다.
“AI가 문서 작성, 요약, 분석을 직접 처리한다면 기존 소프트웨어는 무엇을 하게 되는가.”

기존에는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을 오가며 처리하던 작업들이, AI 인터페이스 안에서 한 번에 실행되는 장면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사용자가 화면을 조작하는 ‘도구’였다면, AI는 설명만으로 결과를 반환하는 인터페이스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메뉴를 찾아 수치를 입력했다면, 이제는 “이번 분기 결산해 줘”라는 한 문장이 작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작아 보이는 차이지만, 시장은 이를 워크플로우 자체의 변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시선을 조금만 넓혀보면, ‘사스포칼립스’라는 단어 자체가 현실을 과장할 위험 역시 함께 보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최종현학술원이 2026년 1월 14일 발간한 보고서 『AI 주권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은 흥미로운 해석의 틀을 제공합니다. 이 보고서는 범용 AI와 특화 AI의 관계를 통해, 왜 일부 영역에서는 급격한 대체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지를 설명합니다.
Vertical vs. General AI image generated by ChatGPT        
보고서가 강조하는 관점은 의외로 단순하고 현실적입니다. 의료, 금융, 제조, 자율주행, 국방과 같은 산업 영역에서 발전해 온 특화 AI는 애초부터 만능 지능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축적해 온 것은 ‘무엇이든 하는 능력’이 아니라, ‘반드시 맞아야 하는 문제를 틀리지 않는 능력’이었습니다. 자율주행은 수많은 실패를 거치며 롱테일 문제를 줄여 왔고, 제조 현장에서는 에너지 절감과 불량률 감소가 실제 지표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데모와는 다른 종류의 진보가 현장에서 이어져 온 셈입니다. 이때 제조 AI의 성과 기준 역시 직관과는 다릅니다. 핵심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품질 편차의 감소, 환경 변화 속에서도 유지되는 안정성, 그리고 자원과 에너지의 절감입니다. 산업 시스템은 결국 이런 정확성과 반복 가능성 위에서 작동합니다.
 
그래서 보고서는 범용 모델이 아무리 강력해져도 산업 특화 소프트웨어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성능’이 아니라 ‘구조’에서 찾습니다. 산업은 작업 흐름, 책임, 반복 검증 위에서 굴러갑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워크플로우와 운영 규칙을 한 번에 대체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높은 비용과 위험을 동반합니다. 거대 모델 시대에도 특정 산업 소프트웨어들이 견고한 위상을 유지해 온 배경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스포칼립스는 종말의 신호라기보다 기대의 급격한 재조정에 가깝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미래를 먼저 가격에 반영합니다. 다만 보고서의 렌즈로 보면, 문제의 핵심은 ‘모든 소프트웨어의 붕괴’가 아니라 ‘어떤 지능이 어떤 영역에서 우위를 갖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앞으로의 경쟁 구도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폭넓은 작업을 유연하게 수행하는 범용 AI는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산업 현장에서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록과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특화 AI가 여전히 핵심 역할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나는 가능성을 확장하고, 다른 하나는 안정성을 증명합니다.
 
이 대결에는 쉽게 끝날 결말이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는 지능과 반드시 틀리지 않아야 하는 지능 사이의 긴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 역시 어느 한쪽의 승리라기보다, 두 종류의 지능이 서로의 영역을 밀고 당기며 재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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