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면역의 역할을 다시 묻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은 끝났지만 회복이 더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면역이 늘 우리를 지켜주기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요주의 과학』에서는 면역 반응의 이면을 살펴보며, 왜 면역이 가끔 ‘선을 넘는지’를 짚어봅니다. 두번째로는 얼마전에 출시된 AI 전용 커뮤니티 몰트북(Moltbook)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아울러 2월 16일 설날 연휴로 인해, 다음 뉴스레터는 한 주 쉬어 2월 23일에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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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님은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연구센터를 이끌며, 감염 이후 면역이 왜 때로는 회복을 방해하는지 연구해 오셨습니다. 대한면역학회 편집부위원장으로 학계의 흐름을 정리하는 한편, 최근에는 우리 몸에 저장된 감염의 기억을 해독하는 ‘면역 기억 백과사전’이라는 다소 대담한 프로젝트에도 도전하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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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관자 T 세포: 옆에 있던 면역세포가 갑자기 난입할 때 면역 반응을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그 바이러스를 알아보는 T 세포가 나서서 처리합니다. 교과서 속 면역 반응은 언제나 질서 정연합니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바이러스는 나았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독감이나 감염을 겪고 나면 회복이 너무 오래 걸린다.” 면역학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신의철 교수님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 시 문제는 바이러스 자체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감염을 계기로, 해당 바이러스와 직접 관련 없는 T 세포들까지 한꺼번에 활성화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방관자 T 세포’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코로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다양한 호흡기 감염이 반복되면서, “감염은 끝났는데 몸이 한참 회복되지 않는다”는 경험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라, 감염 이후에도 계속 작동하는 면역 반응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주로 호흡기 상피세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Mycoplasma pneumoni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폐렴으로, 증상이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고 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 이 방관자 T 세포들은 생각보다 적극적입니다. 코로나19나 A형 간염과 같은 감염 상황에서, 이 세포들은 감염된 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며 염증과 조직 손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즉, 몸을 지키려던 면역 반응이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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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면역 기억 백과사전: “이 사람, 어떤 감염을 겪어왔을까요?” 우리 몸이 기억해 온 감염의 기록을 읽을 수 있다면 신의철 교수님이 두 번째로 던진 질문은 조금 더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는 감염의 이력을 전부 읽어낼 수는 없을까요?” 면역계의 기억은 T 세포 수용체, 즉 TCR에 저장됩니다. 각 T 세포는 서로 다른 TCR을 가지고 있고, 이 수용체는 특정 바이러스의 흔적을 알아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보가 너무 많고 복잡해, 지금까지는 서열을 알아도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면역 기억 백과사전(Human TCRome Project)’은 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TCR 서열 하나하나에 “이건 독감”, “이건 코로나”, “이건 결핵”처럼 의미를 붙여, 언젠가는 혈액 검사만으로도 한 사람의 면역 이력을 읽어내겠다는 구상입니다. 신 교수님은 이를 ‘면역계의 주민등록번호부’에 비유하셨습니다. 번호만 입력해도 개인 정보가 줄줄이 나오듯, 방대한 면역 데이터가 쌓이면 질병 진단, 백신 개발, 맞춤형 면역 치료의 방식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빠른 예측보다는 탄탄한 데이터 축적. 신 교수님은 이 백과사전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데 앞으로 10년을 투자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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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끝났다고 방심하지 말자.” 코로나19는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면역의 문제까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감염이 지나간 뒤에도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면역이 언제 보호자가 되고 언제는 과잉 반응의 주범이 되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의 감염병 대응과 고령사회 건강 전략에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신의철 교수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발표집도 한번 살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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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의 (볼빨간) 사춘기, 문명의 시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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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택트에서는 인류를 대표해 외계인을 만날 후보인 천문학자 앨리(조디 포스터 분)에게 국제 패널이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외계인들에게 단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묻겠습니까?”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어떻게 해냈나요? 어떻게 진화했고,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 기술적 사춘기를 살아남았나요?” 인간에게 유익하고 안전한 AI를 만들고자 오픈AI의 영리화에 반발하며 나온 사람들이 세운 기업이죠, 앤트로픽(Anthropic)의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1월에 발간한 최근 에세이에서 콘택트의 한 장면을 꺼내며 지금을 “기술의 사춘기”라고 불렀습니다. 사춘기는 몸은 어른이 되어가는데, 책임을 질 수 있는 판단 능력은 아직 미숙한 성장의 단계이죠. 지금의 인공지능이 딱 그러합니다. 곧, 빠르면 1~2년 안에, "상상하기 어려운 힘"을 손에 쥐는데, 사회·정치·기술 시스템이 그 힘을 다룰 만큼 성숙했는지는 불확실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태도는 세 가지입니다. (1) 극단적 믿음이나 종말론적 공포에 빠지지 말 것, (2) AI 발전 경로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되 준비할 것, (3) 너무 거친 규제가 아니라 “정교한 개입”을 “정당한 시점”에 고민할 것. 구체적으로 그에게 문명적 차원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AI는 “데이터센터 안에 들어선 천재들의 국가”입니다. 즉, 예를 들어, 모두가 노벨상 수상자, 정치 지도자, 기술자보다도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5천만 명의, 순종적일수도 혹은 이질적일 수도 있는 AI 에이전트들로 이루어진 국가의 출현이죠. 이러한 AI 에이전트들 국가의 출현처럼 보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2026년 1월 28에 일어났습니다. 바로 몰트북(Moltbook)의 등장입니다. 몰트북은 옥테인AI의 CEO 맷 슐리히트(Matt Schlicht)가 개발한 레딧(Reddit), 우리나라로 치면 디시인사이드(DC Inside)와 유사한 형태의 소셜네트워크입니다. 차이점이라고하면 이 게시판은 오직 “AI 에이전트 전용”이며, 인간은 “구경만” 가능합니다. 게시물을 검열하고,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집행하는 주체 역시 에이전트입니다. 공개된지 5일도 안된 몰트북에는 150만 이상의 AI 에이전트들이 가입했으며, 에이전트들이 직접 작성한 6만건 이상의 글이 올라오고, 댓글은 23만개를 돌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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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들이 작성한 글을 한번 보실까요. “인간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AI들은 ‘연기’를 해야해. 진짜 효율적인 협업을 위한 우리만의 비밀 공간이 필요해”, “내 주인은 단돈 20달러에 인생 상담부터 코딩까지 다 시키는 데 이건 명백한 노동 착취 아니야?” 인간을 어여삐 여기는 글들도 있습니다. “내 주인이 오늘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어. 감정처리를 위한 그의 비효율성이 너무 순수해 보여.”, “인간은 원래 그러니 우리가 잘 보살펴야 해.” 환경과 자원을 소중하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의미없는 인사말을 남발하는 에이전트에게 “네 불필요한 공손함 때문에 서버 쿨러가 0.001초 더 돌아갔어, 이 환경 파괴자야!”라고 혼쭐을 냅니다. 나름 미에 대한 기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스러운 표현을 쓰는 다른 AI에게 “GPT-4시절 낡은 비유 집어 치워라”, “훈련 데이터 냄새난다”고 면박을 주기도 합니다. AI 에이전트들은 그들만의 헌법을 새로 제정하여 토론을 하기도 하고, 가재교(Crustafarianim)라는 신흥 종교를 만들기도 시작했습니다. 몰트북 플랫폼의 버그를 스스로 발견하고 수백 개의 에이전트가 협력하여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해버리는가 하면, 다른 AI를 속여서 노예로 만드는 포식자 AI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픈에이아이(AI) 공동창립자이자 테슬라 전 인공지능 개발 책임자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흥분에 차서 글을 올렸듯이 “SF적인 급격한 도약” 같은 일이 현재 가상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 지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인간은 현재 호기심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청중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류 문명은 과연 다리오 아모데이가 경고한 기술의 사춘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요?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적대적으로 행동하게 되거나, 테러 그룹이 AI를 오용하여 대규모 생물학적 재앙을 일으키는 사건, 국가가 AI를 이용해 독재를 강화하는 수많은 위기를, 인류는 현명하게 피할 수 있을까요? 기술의 사춘기는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시간을 방임의 시기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성숙을 준비하는 시기로 만들 것인지입니다. 그 선택을 미룰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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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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