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레터

[요주의 과학] vol.24 탄소중립, 에너지는 조합이다.

2026. 01. 06

 

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안녕하세요, 요주의 과학 구독자 여러분.

2026년 병오년에도 과학기술을 둘러싼 중요한 질문들을 함께 짚어가고자 합니다. 늘 보내주시는 관심과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이번 주부터는 격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번 주 『요주의 과학』은 203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한층 가까워진 지금, 그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원자력의 역할을 살펴봅니다. 탄소중립은 선언을 넘어 설계의 단계로 들어섰고, 그 설계에서 원자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분히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어서 <원탁의 옵저버: 베이징 편>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탄소중립의 현실적 선택지, 원자력

이번주 요주의 과학 인물은 정용훈 교수님 입니다. 정 교수님은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소속이며 원자력 안전성, 에너지 시스템, 탄소중립 전략을 연구해 온 원자력·에너지 정책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입니다. 기술적 분석에 기반해 에너지 전환과 전력 시스템의 현실적 한계를 짚는 데 주력해 왔으며, 최근에는 탄소중립 시대에서 원자력의 역할과 에너지 믹스 설계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이제는 '에너지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의 문제
 

탄소중립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전기가 빠르게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전기차까지.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5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약 415 TWh에서 2030년 약 945 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전체 전력 수요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환경 담론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의 물리적 한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충분한가 
 

태양광과 풍력은 여전히 에너지 전환의 핵심적인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시에 전력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유럽 전력시장은 단지 “얼마나 더 설치할 것인가”를 넘어서,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과 가격 변동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왜 다시 주목받나
 

이런 흐름 속에서, 한때 논의의 중심에서 멀어졌던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전력 시스템의 현실을 반영한 재평가에 가깝습니다.

 

1. 먼저 유럽입니다 
EU는 2022년에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며, 원자력을 무탄소 전원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논쟁은 있었지만,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원자력을 빼고는 답이 없다는 판단이었죠.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Green)’과 ‘분류체계(Taxonomy)’를 결합한 용어로, 어떤 경제 활동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구분하기 위한 기준

 

2. 다음은 미국입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태양광·풍력뿐 아니라 원자력까지 무탄소 발전 설비로 묶어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이념적 목표가 아니라, 전력 공급의 규모와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할 정책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3. 그리고 산업계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의 24시간 무탄소 전력 확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을 포함한 다양한 저탄소 전원 조합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중 중단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이 이러한 논의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메시지는 분명해집니다. 원자력은 더 이상 ‘과거의 기술’이 아닙니다. AI와 전력 위기의 시대가 다시 불러낸, 꽤 현실적인 기술이 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은 이미 계산을 시작했다
 
철강·화학처럼 에너지 소비가 큰 산업 분야에서는, 탄소중립을 둘러싼 논의가 점점 추상적인 구호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수소 환원 제철이나 무탄소 공정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수소와 전기를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원 없이는 대규모 전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와 세계철강협회 역시, 산업 탈탄소의 핵심 제약으로 저탄소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인식 속에서 글로벌 산업계의 관심은 재생에너지 단독 시나리오를 넘어서, 원자력을 포함한 저탄소 전원 조합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습니다. 탄소를 줄이는 문제는 이제, 기술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핵심 메시지

 

탄소중립의 성패는 기술을 얼마나 잘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 조합에서 원자력은 빼기 어려운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정용훈 교수님은 말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아래 링크에서 발표집을 확인해보세요.

베이징에서, 원탁이 열렸습니다

베이징 포럼 × 〈원탁의 옵저버: 베이징편〉
 
매년 11월, 베이징에는 조금 특별한 대화의 장이 열립니다. 2004년부터 이어져 온 베이징포럼최종현학술원과 북경대학교가 공동으로 만들어 온 아시아 대표 국제 학술대회입니다. 국제관계·사회·인문을 넘어 이제는 AI와 디지털 지능이 문명을 어떻게 재편하는가라는 질문까지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025년 제22차 베이징포럼의 주제는 “The Harmony of Civilizations and Prosperity for All: Civilizational Coexistence in the Age of Digital Intelligence.” 기술이 너무 빠르게 앞서가는 시대, 공존과 번영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포럼 전체를 관통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원탁의 옵저버’였습니다
 
이번 『요주의 과학』에서는 이 질문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사람들의 대화로 전합니다. 베이징포럼 현장, 그리고 북경대 튜링반(Turing Class)까지. 학자와 공학자, 그리고 차세대 연구자가 한 자리에 앉아 중국의 AI 담론, 인재 양성, 거버넌스, 그리고 ‘공존’이라는 단어의 실제 의미를 솔직하게 나눴습니다.
 
원탁에서 읽은 중국의 자신감
 
원탁에서 가장 먼저 공유된 인상은 중국 사회 전반에 깔린 분위기의 변화였습니다. 성장을 향한 치열함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안정된 자신감이 학계 전반에 배어 있다는 관찰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젊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담론의 초점이 "체제에 대한 방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변화는 포럼의 담론에서도 분명했습니다. 연사들은 AI를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의 도구로 다뤘고, LLM 기반 에이전트와 소셜 에이전트를 통해 사회과학의 질문과 방법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튜링반, 인재를 ‘어떻게’ 만드는가
 
원탁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포럼에 앞서 방문한 북경대 튜링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튜링반은 비밀스러운 엘리트 코스라기보다, 최상위 학생들을 선발해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정교한 학부 우수반 프로그램에 가까웠습니다. 이른 연구실 로테이션, 학부생을 초기 연구자로 대우하는 문화, 빠르고 효율적인 문제 해결 훈련은 분명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시에 원탁에서는 분명한 질문도 던졌습니다. 이 시스템은 ‘잘 벼린 칼’을 만드는 데에는 탁월하지만,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를 스스로 정의하는 힘'까지 길러주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논의는 자연스럽게, 한국이 길러야 할 AI 인재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글로는 다 담기지 않는 현장의 공기와 표정, 그리고 원탁 위에서 오간 질문의 긴장감을 영상에서 직접 느껴보세요.
 
다음 대화는, 서울에서 이어집니다
 
이 변화의 흐름을 일회성 관찰로 남기지 않기 위해, 최종현학술원은 오는 2월, 중국 인문사회 분야 신진학자들과 베이징의 AI 석학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세계관과 미래 구상을 마주하는 대화. 그 다음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갈 이 만남에도 많은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뉴스레터 수신을 원치 않으시면 [수신거부]를 클릭하신 후 메일주소를 발송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