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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요주의 과학] vol.23 의사 결정의 순간, 마치 popcorn

2025. 12. 29

 

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안녕하세요, 『요주의 과학』입니다. 날씨가 꽤 추워졌습니다. 이번 주 내내 춥다고 하니, 든든한 옷차림으로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해를 맞아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비롯해 다양한 정부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요주의 과학』이 함께 살펴보고자 하는 주제도 바로 이 '정책’인데요. 우리는 그간 과학기술 정책을 어떤 관점에서 다뤄왔을까요? 그 방향은 과연 적절했을까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지 짚어보는 한 발표와 보고서를 소개합니다. 오늘 전해드릴 두 가지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주도 『요주의 과학』과 함께 차분히, 그러나 분명한 방향으로 나아가 보시죠.



전략기술, 정말 ‘전략’이었을까

오늘 소개해 드릴 요주의 과학기술 소식은 염한웅 POSTECH 물리학과 교수(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님의 발표입니다. 염 교수님께서는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우리 정부가 붙잡고 있던 '전략기술 육성'이라는 전략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날카롭게 묻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믿고 있던 '선택과 집중', 과연 지금도 유효한 정답일까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우리는 무엇을 오해해왔을까
 
발표가 진행된 시점은 윤석열 정부 시기로, 당시 과학기술 정책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12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략’이라는 말은 과연 목표와 기준을 갖춘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었는지 되묻게 됩니다.

*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 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첨단로봇·제조, 양자, 우주항공·해양, 사이버 보안, 차세대 원자력, 첨단 모빌리티
 
전략이라면 목표와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자원이 배분되고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하겠지요. 하지만 당시 전략기술 논의는 이미 과거부터 반복되어 온 ‘기술 초격차’, ‘자립화’, ‘선점’이라는 표현을 재확인하는 데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님은 전략기술 정책이 과학기술계의 내적 수요라기보다, 정치의 연장선에서 작동해 온 측면을 짚어냅니다.
혁신역량은 세계 최고.. 그런데 왜 답답했을까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의 현실 진단입니다. 한국은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수년간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세계지식재산기구의 글로벌 혁신지수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늘 과학기술 정책을 두고 ‘위기’를 이야기해 왔을까요?
 
교수님은 우리의 강점이 기업과 R&D, 인적 자원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정부의 제도 역량과 시장 고도화가 혁신의 병목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세요. 민간의 혁신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책은 여전히 특정 기술과 산업을 선택·집중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죠. 혁신경제를 만들고 싶다면, 잘못된 정책부터 반복하지 말아야 할텐데요.
다른 선택지는 없었을까
 
유럽의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탁월한 과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목표로 R&D 투자를 추진합니다. 단순한 산업 성과를 넘어,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 자체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죠.
 
반면 우리는 오랫동안 주력산업과 신산업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R&D의 역할을 정의해 왔습니다. 저출산, 교육, 사회적 지속가능성 같은 국가적 과제에 대해 과학기술이 어떤 미션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발표집을 직접 읽어야 하는 이유
 
이번 염한웅 교수님의 발표는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키울 것인가”보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했는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의 과학기술 정책 논의가 왜 늘 비슷한 전략을 반복해 왔는지, 왜 R&D 예산과 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소모적으로 흘러왔는지, 그 이유를 정리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발표집은 분명 많은 단서를 건네줄 것입니다.
 
염한웅 교수님의 발표집에서, 그 질문의 원문을 직접 확인해 보세요.




AI 주권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

지난 1월 14일 최종현학술원은 "AI 주권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다양한 언론(경향, 매경, 동아 등) 보도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다음 날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결과 발표가 있었는데요 SK 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 이렇게 3곳이 선정되고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하였습니다. 2팀을 동시에 떨어뜨린 것도 의외였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1위 후보로 뽑히던 네이버클라우드가 탈락했다는 게 많은 충격을 자아냈습니다.
 
네이버 팀은 단지 문자 뿐 만 아니라 사진, 음성 등도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소버린 AI를 내놓아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모델인 큐엔(Qwen)의 사전 학습된 비전 및 오디오 인코더를 이용했던 점이 논란이 되면서 결국 탈락하게 된 것이죠. 정부에서는 이번 탈락자들을 포함한 패자부활전을 제안했으나 네이버와 NC를 포함하여 아쉽게도 현재까지 재도전 의사를 밝힌 팀은 없습니다.
 
From Scratch(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AI 모델의 개발)가 아니라 오픈 소스를 일부 차용한 네이버의 이러한 결정은, 그리고 이어진 재도전 포기 결정은 (보고서에서도 중요하게 언급한) "비지니스 모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이해 가능합니다.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며, 모델의 모든 요소에서 기술 독립을 이룰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가 AI 모델의 공급자가 아니라, AI를 공공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하는 "최초 수요자"로서의 역할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입장 역시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소버린 AI의 주요 논리 중의 하나는 "오픈소스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료 제공을 통해 경쟁자를 고사 시킨 후 라이센스 조건을 개정해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오픈 소스의 숨은 덫에 대한 경계이죠. "오픈소스를 쓰는 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오픈 소스에 기대는 구조를 국가 전략으로 삼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만드는 소버린 AI는 이러한 주권과 자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해법은 보고서의 결론과 궤를 같이 합니다. 조급하게 추격하기 보다는, "자주권을 어느 선까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 숙의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버린 AI의 핵심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통제해야 할 지점을 정확히 아는 데 있습니다." 
 
이는 과도하고 세세한 규제와 경직된 평가 방식으로 AI 독자 모델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가 소버린 AI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상이며 우리가 소버린 AI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첫단계에서 그렸어야 할 전략입니다.
 
다행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14일부터 위원회 주관의 세미나, 토론회를 공개하며 대국민 접점을 넓힐 계획이라고 합니다. AI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국가 전략은 속도보다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일관되게 나아가냐가 중요합니다.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중장기적 방향을 설정할 때만이, 축적된 경쟁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입니다.
 


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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