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안녕하세요, 『요주의 과학』입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죠? 가을이 깊어가는 만큼 따뜻하게 챙겨입으시고, 저희는 변함없이 뜨거운 과학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대학교 홍용택 교수님이 들려주신 디스플레이의 진보와 ‘화면’이 정말로 우리 몸 가까이로 다가오는 미래 기술에 대해서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지난 호에 이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의 핵심 연구 성과에 대해 엿보며 과학의 최전선으로 떠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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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요주의 과학』 주인공은 서울대 홍용택 교수님입니다. 홍 교수님은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투명전자소자, 전자피부(e-skin)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데요,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으셨고, 한공학한림원 선정 2025년 한국을 이끌 100대 기술 및 핵심 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여정 - 유리에서 피부로 1960년대의 브라운관(CRT)은 커다란 진공관 속에서 전자빔이 형광체를 자극하던 장치였어요. 옛날의 TV가 엄청 부피가 큰 이유가 이 때문이죠. 이후 1990년대에는 액정디스플레이(LCD)가 등장해 평평한 화면의 시대가 열렸죠. 한국은 1992년 삼성에서 TFT(Thin-Film Transistor)-LCD 개발에 성공하면서 디스플레이 강국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는 ‘빛을 스스로 내는’ 기술로 화면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었어요. 스마트폰의 시대와 함께 OLED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상징이 되었죠. LCD 왕국에서 OLED 제국으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술은 단일 기관의 성과가 아닌 디스플레이 연구조합, 학계 및 산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풍부한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을 하였어요. 그 결과 LCD의 경우 2004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세계 점유율 1위를 달성합니다. 그리고 2019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접히는 OLED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비록 막대한 중국 정부의 투자와 IMF 시절의 기술 유출로 LCD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OLED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홍 교수님은 “지금의 우위는 끊임없는 선행투자와 인재 양성 덕분”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차세대의 기술로 마이크로 LED, QD(양자점) 디스플레이, 그리고 프리폼(Free-form) 디스플레이를 지목했습니다. 접히고, 말리고, 늘어나는 화면 접히는(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섬세합니다. 구부러지는 물체에는 ‘압축’과 ‘인장’이 동시에 작용하는데, 그 중간에 힘이 거의 걸리지 않는 ‘중립면(Neutral Plane)’이 형성됩니다. 폴더블폰은 트랜지스터 등 깨지기 쉬운 부품을 이 중립면 근처에 배치해 파손을 막습니다. 초기에는 파손을 방지하려 곡률을 완만하게 했지만, 지금은 두께가 얇아지며 훨씬 작은 반경에서도 부드럽게 접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이제 접히는 것을 넘어 늘어나는, 즉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로 진화중입니다. 고무나 젤처럼 잡아당겨도 다시 원상복귀할 수 있으며, 신체 곡면에 자연스럽게 밀착될 수 있습니다. 2017년 삼성, 2023년 LG가 디스플레이 학회(SID)에서 세계 최초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SF 영화 속 장면처럼 눈 위에 정보를 띄우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움직임과 맥박을 측정하는 전자 의류, 심지어 피부 속 전자회로까지 현실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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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두 갈래, 그리고 하이브리드의 길 그럼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의 결정체인 전자피부와 같은 기기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만드는 걸까요? 홍용택 교수님은 두 가지 접근법을 소개합니다. 1. 기존의 딱딱한 소자를 스프링형 연결구조로 이어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 2. 처음부터 신축성 소재(고무, 젤 등) 위에 회로를 설계하는 방법 첫번째 방법은 안정적이지만 덜 유연하고, 두번째 방법은 잘 늘어나지만 내구성이 약하죠. 이 방법들은 각자 추구하는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두 방법을 혼합하기도 하는데요,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웨어러블 기기 개발도 되고 있습니다. 센서, 프로세서, 디스플레이를 딱딱한 곳에 배치하고 이 블록을 레고처럼 원하는 모양으로 조립하여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디스플레이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를 해왔는데, 홍 교수님은 “디스플레이 기술은 실리콘에서 유리, 플라스틱, 고무로 옮겨갈 때마다 새로운 공정과 재료가 함께 진화해야 하고, 우리나라가 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이공계 인재육성의 중요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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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고 싶다면? 홍용택 교수님의 발표집 「디스플레이 및 웨어러블 기술의 진화」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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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은 전자, 세상을 바꾼 초전도 회로 - 2025 노벨물리학상 이야기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전기 회로에서 거시적인 양자역학적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과학자 - 존 클라크(John Clarke), 미셸 드보레(Michel H. Devoret), 존 마티니스(John M. Martinis) - 에게 돌아갔습니다. 보이지 않던 양자의 세계를 ‘초전도 회로’라는 거시적 장치 속으로 끌어낸 실험, 이 일에 성공한 이들이 바로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주인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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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벽을 통과했다고요? 터널링(tunnelling)은 말 그대로 공이 벽을 뚫고 지나가는 현상에 비견됩니다. 고전역학의 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자는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기 때문에, 벽이 충분히 얇다면 파동함수가 벽 너머까지 스며들 수 있죠. 그래서 확률적으로 전자가 “벽 너머에서 나타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양자 터널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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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링이 불가능한 고전역학 세계(위) vs 가능한 양자역학 세계(아래) SK하이닉스 뉴스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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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도 ‘덩어리’로 나뉜다 에너지 양자화(energy quantisation)는 양자역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00년, 막스 플랑크(Max Planck)는 빛의 에너지가 흑체(blackbody)에서 연속적인 파장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덩어리(양자, quantum)’로 방출하거나 흡수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의 가설은 이후 양자역학 전체의 기초가 되었죠. 이처럼 에너지가 연속이 아닌 계단식으로 바뀐다는 개념, 이번 노벨상 연구는 그것을 눈에 보이는 회로로 재현해냈습니다. 초전도체로 만든 양자 회로 세 과학자는 초전도체 재료로 만든 LC 회로를 활용했습니다. 두 초전도체 사이 얇은 절연체가 끼어 있는 구조인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을 사용해 인덕터(L)를 만들었고요. 초전도체 LC회로를 극저온으로 냉각시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류가 원래 흐를 수 없는 절연층을 쿠퍼 쌍(Cooper pairs)이 건너뛰는 진짜 양자 터널링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회로 내 전류가 계단 모양으로 불연속적으로 흐르는 에너지 양자화도 확인됐죠. 양자역학이 교과서 속 이론을 넘어 실제 회로 속에서 살아 움직인 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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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LC회로 실험 『양자컴퓨팅 혁명: 0과 1 너머의 세상』(11월 출간 예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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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로 향하는 문이 열리다 이 발견은 양자컴퓨터 연구의 지형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이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전기 회로를 이용해 큐비트(Qubit)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회로의 에너지가 바닥 상태이면 ‘0’, 들뜬 상태이면 ‘1’ - 이 단순한 원리로 양자 정보의 저장과 연산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초전도 방식은 정밀 제어가 쉽고, 제조에 기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할 수 있어서 확장성이 뛰어납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구글의 시카모어(Sycamore), 윌로우(Willow) IBM의 콘도르(Condor), 리게티의 아스펜(Aspen), 디웨이브(D-wave)의 Advantage 같은 양자컴퓨터들은 모두 이 초전도 방식을 활용하죠. 수상자 중 한 명인 존 마티니스 박사는 구글 양자컴퓨터 부문 책임자를 지낸 뒤 Qolab을 설립해 양자기술 상용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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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 혁명: 0과 1 너머의 세상』 11월 출간 예정 최종현학술원은 이온트랩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아이온큐(IonQ) 창업자 김정상 교수(듀크대), 초전도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정연욱 교수(성균관대), 그리고 국가특임연구원으로 한국표준과학원 슈퍼양자컴퓨팅단장을 맡은 김재완 교수가 함께 참여한 《양자컴퓨팅 혁명: 0과 1 너머의 세상》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원리와 미래가 궁금한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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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팀 | 이우원 PM(에디터), 김성원 PM(특별기고), 이주섭 팀장, 전소민 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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