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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과학] vol.12 도로 위의 자율주행, 무대 위의 로봇

2025. 10. 13

 

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안녕하세요, 『요주의 과학』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도로 위에서 한국 자율주행의 길을 닦아온 故 이경수 교수님의 통찰과, 만화 속 상상에서 출발해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 김주형·김영재 두 연구자의 로봇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술은 어떻게 상상에서 현실이 되고,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할까요?

 

함께 만나보시죠!

도로 위에서 설계한 미래, 남은 우리의 숙제

이번 『요주의 과학』의 주인공은 고(故) 이경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님입니다.
 
자율주행 제어와 안전 기술 분야의 개척자로서, 국내 최초 자율주행차 실도로 임시운행을 성공시킨 주역이자, SAE(미국자동차공학회)·IFAC·미국 교통부(US DOT) 등으로부터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연구자입니다. 서울대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센터장을 맡아 학계와 산업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으며,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경부고속도로 시험주행을 이끌어내는 등 한국 자율주행 연구의 토대를 세웠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2022년 과학기술혁신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함께하며, 과기위가 자율주행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소중한 인연이기도 했습니다. 2023년 향년 61세를 일기로 별세했지만, 그의 연구와 헌신은 여전히 한국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큰 발자취로 남아 있습니다.

도로 위에서 본 자율주행의 현실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좁은 차선에 공사 구간과 자전거까지 뒤엉켜 있는데도, 차는 제법 안정적으로 달려갑니다. 얼핏 보면 이제 자율주행 시대가 곧 열릴 것처럼 보입니다.

 

규칙에서 AI로, 그러나 아직 멀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은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 주류였습니다. 사람의 인지와 운전 패턴, 차량의 동역학 모델을 바탕으로 제어 로직을 설계하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죠. 반면 최근에는 데이터를 왕창 넣어 학습시키는 AI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경수 교수님은 멋져보이는 AI 방식에도 세 가지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첫째,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 둘째, 평범한 상황 데이터는 많지만 사고나 위급한 ‘코너 케이스’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셋째, 자동차에 들어가는 하드웨어의 성능이 실시간 연산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입력 데이터를 넣으면 차량 제어가 뚝딱 해결되는 ‘엔드 투 엔드’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연구자들은 그 실현 시점을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경수 교수님은 오히려 자율주행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 기술과 AI 모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경계했습니다. 요즘 로봇과 드론 같은 ‘피지컬 AI’ 연구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현실의 복잡한 상황을 AI가 곧 다 대처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답은 조합, 문제는 비용
 
그렇다고 해도 미래를 향한 길은 멈추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은 차량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인프라와 제어 센터가 함께 맞물려야 스마트 체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 기술에 집착하지 않는 균형입니다. 카메라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연구자도 있고, V2X 통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센서, 지도, 통신,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다층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물론 문제는 비용입니다. 라이다 센서처럼 정확도가 높지만 가격이 비싼 기술은 상용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술적 완성도와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남겨진 유산
 
정부는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출시, 2030년 인프라 완비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님은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시범사업에 머무르는 현실을 지적하며, 산·학·연·정이 함께하는 장기 전략과 이를 이끌 국가적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멋진 비전만으로는 도로 위의 안전과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이었죠.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테스트 트랙에서, 그리고 광화문 도로 위에서, 이경수 교수님은 늘 현장을 기반으로 미래를 실험했습니다. 2023년 그의 갑작스러운 별세는 한국 자율주행 연구에 커다란 공백을 남겼습니다. 『요주의 과학』은 이번 호를 통해 그가 남긴 통찰을 다시금 되새기며, 남겨진 우리가 그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만화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로봇, 만화 속 상상에서 현실로
 
지난 9월 29일, 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이 함께 마련한 특별 강연 〈SF, 로봇, 인간〉이 열렸습니다. 세계 최대 로봇 학회인 Humanoids 2025가 서울에서 열리던 주간에 맞춰 진행된 행사로, 연구자와 산업 전문가, 그리고 SF 작가까지 한자리에 모여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다채롭게 풀어냈습니다.
 
첫 무대에 오른 김주형 미국 UIUC 교수만화와 영화 속 상상력이 어떻게 연구실에서 로봇으로 구현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몸이 분리돼도 장난꾸러기처럼 움직이는 겨울왕국의 올라프처럼 다리가 떨어져도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 원하는 곳에 손을 피워내는 만화 원피스 속 니코 로빈처럼 팔을 어디서든 꺼내 쓰는 모듈형 로봇 팔을 고안한 이야기는 청중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디즈니 리서치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로봇으로 옮겨오던 경험 덕분일까요? 김 교수님은 “만화 속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일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며, 아서 C. 클라크의 말처럼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로봇은 결국 과학과 상상력이 함께 만드는 작은 마법이라는 것이죠. 
 
이어서 김주형 교수님은 로봇과 AI의 진짜 진보는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공장 로봇은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쌓지만, 일상 속 로봇은 보급이 적어 학습할 사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VR 조이스틱이나 간단한 조종 장치를 통해 사람의 움직임을 로봇에 그대로 입력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작업 패턴 자체를 데이터로 쌓아갔습니다. 자율주행이 사고 상황 데이터 부족에 발목 잡히는 것처럼, 피지컬 AI도 데이터 생태계를 채우는 일이 최대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내가 누구니: 인간을 비추는 AI라는 거울
 
이어 무대에 선 김영재 LG전자 수석연구위원은 로봇을 통해 인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다음 단어 맞추기’같은 반복 훈련에서 출발했는데도 어느 순간 수학 문제까지 풀어내는 AI를 보며, 우리가 대단하게 여기는 인간 지능 역시 이런 단순한 과정이 쌓이면서 갑자기 창발하는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또 그는 미래의 로봇 발레리나를 두고 흥미로운 논의를 던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동작은 완벽히 따라 하겠지만 무대에서 전해지는 땀과 호흡의 감동은 부족할 것”이라고 단언하곤 합니다. 우리가 인간에게서만 느끼는 이 감동의 근원을 그는 ‘자유의지’에 있다고 보았고, 로봇이 과연 이런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결국 AI는 인간을 단순히 흉내내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기술과 철학의 경계에 선 우리의 이웃
 
토론을 이끌어 주신 곽재식 교수님은 화학자이자 SF 소설가,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과학과 대중을 잇는 독특한 목소리를 내온 분입니다. 교수님은 기술과 문화의 접점을 유쾌하게 짚어내며, 로봇이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상상 속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갈지를 함께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강연은 로봇을 둘러싼 이야기를 상상력과 인간 이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습니다. 로봇은 더 이상 먼 미래의 환상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철학, 그리고 상상 속에 동시에 존재하는 이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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