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원전 완전 안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스치듯 지나간 이 장면, 기억하시나요? 이번 주 『요주의 과학』에서는 작고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안전한 차세대 원전 ‘SMR(Small Modular Reactor)’을 다룹니다. 덧붙여 원자력과 관련된 숨가쁜 국제 관계 동향 역시 소개합니다. 첨단 기술과 국제 관계가 맞부딪히는 현장을 한번 찾아가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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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연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채영 박사님입니다. 현재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을 맡고 계시며, SMR 수출추진단 단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지난 35년간 원자력 정책과 연구 지원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원자력계의 대표적인 전문가입니다. 임박사님은 탈원전과 친원전 논쟁이 뜨거웠던 2023년 5월, 과기위 모임에 초청되어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나눠 주셨습니다. 오늘 그 인사이트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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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의 한계에 맞닥뜨리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2025년 의회 증언에서 “AI의 한계는 칩이 아니라 전기”라며, 초거대 AI가 국가 전력망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문을 닫았던 스리마일섬 원전을 다시 살리기로 했습니다. 원전 사고의 상징을 되살린 이 결정은, 빅테크가 전력 확보를 위해 어디까지 나설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RE100과 넷제로를 내건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은 곧 생존 전략이며, 그 해법 가운데 하나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SMR,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적 선택 대형 원전을 하나 짓는 데는 10년의 시간과 10조 원의 자금이 들어갑니다. 그 사이 정책이 바뀌거나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 투자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미국에서 지난 20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멈춘 가장 큰 이유이죠. 반면 SMR은 모듈당 5천억~1조 원 수준으로 훨씬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지을 수 있고, 소형화 덕분에 안전성도 높아졌습니다. 필요할 때 출력을 조절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측면에서 대형 원전보다 훨씬 매력적인 대안이 됐습니다. 차세대 원전: 냉각재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현재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원전은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발전 효율은 온도가 높을수록 좋아지는데, 물은 끓는점이 낮아 한계가 있습니다. 차세대 원전으로 넘어가면서 연구자들은 소듐이나 용융염 같은 새로운 물질의 냉각재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를 태워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특성으로, 용융염원자로는 사고 시 연료가 스스로 굳어 확산을 차단하는 안전성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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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도, 중국의 부상, 한국의 아쉬움 공급망이 붕괴하고 민간 투자자들도 떠나면서, 미국은 대형 원전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갔습니다. 결국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대형 원전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미국은 전략을 바꾸어 “소형 원전의 시대”에 집중했고,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민간 투자와 인허가,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오늘날 SMR 분야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허가를 받은 SMR ‘SMART’를 개발했지만, 부지와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건설 단계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중국은 SMART 설계를 참고한 ACP100을 2025년 가동 목표로 건설에 착수하며, 한국이 놓친 기회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에너지의 탈정치화 에너지 정책이 정권에 따라 흔들린다면 그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채영 박사는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기술 그 자체보다, 정치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환경”이라고 강조합니다. 정권이나 진영 논리에 좌우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에너지의 탈정치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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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출, 쾌거일까 굴욕일까 체코 원전 수출은 ‘K-원전의 쾌거’로 불렸지만, 곧바로 ‘굴욕 계약’ 논란이 뒤따랐습니다. 앞으로 50년간 원전 1기당 약 1.1조원을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고,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에는 도전하지 않기로 합의된 겁니다. 심지어 우리가 독자 개발한 SMR조차 미국의 기술 인증 없이는 수출이 막히는 조건도 포함됐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기업 간 지적재산권 갈등이 아니었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한 뒤, 미국 정부는 한국의 원전 수출 허가를 반려하며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다시 제출하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세계적인 친원전 흐름 속에서 원자력이 전략기술로 격상되자, 미국이 직접 나서 한국의 수출 길목을 조정하기 시작한 것이죠. 한미 정상회담, 판을 바꾸다 하지만 최근 한미 정상회담은 반전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전 협력 확대’가 선언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열렸습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4배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과 2026년까지 SMR 시범 가동 계획도 내놨습니다. 최소 3000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의 강점은 분명합니다. 미국이 핵심 기술은 있지만 시공 역량이 부족한 반면, 한국은 시공과 기자재 공급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공기와 예산을 지키는 능력도 강점입니다. 실제로 미국 보글 원전 2기는 지연 끝에 약 47조원이 들었지만, 한국은 신한울 1·2기를 11조원에 완공하며 가격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확장되는 협력, 다시 날개를 펼 K-원전 더 나아가 협력의 범위도 달라졌습니다. 원전 수출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AI 인프라까지 연결되는 ‘에너지-디지털 동맹’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어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가 아마존, 엑스에너지와 손잡고 SMR을 추진하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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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숙제도 남습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합작법인(JV) 설립은 아직 지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우라늄 농축 협력 같은 중장기 과제도 대기 중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지목한 것은 분명 기회입니다. K-원전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기대의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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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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