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레터

[요주의 과학] vol.7 전기차는 멈칫, 배터리는 그래도 미래로

2025. 08. 29

 

과학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인사이트 『요주의 과학』

 

이번 주 『요주의 과학』에서는 ‘배터리 전쟁’ 이야기와 지난 8월 22일 열린 제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함께 소개합니다. 멈추지 않는 배터리는 여전히 미래의 열쇠이고, 사상 최대 R&D 예산은 과학기술 정책의 새 전환점을 알립니다. 산업의 현장과 국가 전략, 두 무대에서 과학기술의 미래를 살펴보실까요.

배터리, 아직도 충전 중!

이번 주에 모시는 발표자는, 배터리 분야의 석학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서울대학교 최장욱 교수님, 나와주세요~

 

최장욱 교수님은 이차전지 소재와 시스템 분야의 전문가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쉬지않고 HCR(Highly Cited Researcher)에 선정되는 "꾸준하게 대단하게" 연구하시는 분이죠. 참고로 HCP(Highly Cited Paper)는 각 분야별로 가장 영향력이 큰 상위 1% 논문을 이야기하며, 이 HCP를 많이 쓴 연구자가 HCR로 선정됩니다. 대략 세계 연구자의 0.1%인 월드클래스가 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오늘 발표에서 최장욱 교수님은 배터리 공급망과 기술 변화, 그리고 재활용·재사용 시장의 가능성을 짚어주셨습니다. 함께 들어보실까요?

배터리,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청정에너지로 만든 그린 배터리로 유럽의 기술 독립을 꿈꾸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던 노스볼트가 올해 초 결국 파산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지금 길고 긴 골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기술 사이클의 ‘캐즘(chasm)’이라 부르고 있죠. 급성장하던 수요가 둔화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 모두 “이 고비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슈퍼 을"은 원자재

최장욱 교수님은 2023년 과기위 발표에서 “배터리 생태계에서 진짜 힘을 가진 건 완성차가 아니라 원자재 공급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리튬·니켈·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은 여전히 중국이 정제·가공을 장악하고 있고, 가격이 조금만 요동쳐도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 완성차의 수익성이 흔들리죠. 테슬라가 정제 라인을 직접 세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25년 현재 한국과 일본 기업에도 이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원자재가 흔드는 기술 구도

과거 시장의 중심은 니켈·코발트·망간을 쓰는 삼원계(NCM) 배터리였고, 이는 한국 ‘빅3(LG·SK·삼성)’의 주력 전략 기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도 뛰어난 철 기반의 LFP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보조금을 등에 업고 중국 기업들이 LFP의 성능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지금은 한국 기업들도 LFP 생산 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IRA와 지정학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대중국 견제를 강화했지만,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공급망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희귀 금속과 흑연 등 핵심 광물을 중국이 장악한 현실에서 중장기적 투자와 시간이 불가피하죠. 게다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IRA 관련 전기차 지원 정책을 축소·중단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습니다. 지정학과 정치 리스크가 기술과 시장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한국 배터리의 선택지

얽히고설킨 복잡한 환경 속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쉽지 않습니다.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활용·재사용 같은 자원 순환 기술도 고려해야 합니다. 니켈·코발트 사용을 줄이고 리튬을 대체할 나트륨 배터리 등 다양한 기술을 병행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전기차의 확산은 멈춥니다. 소비자의 믿음을 쌓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배터리는 여전히 미래다

전기차 시장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배터리의 미래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단순 전기차를 넘어 무인 잠수정이 바다 깊은 곳을 탐사할 때, 우주 발사체가 지구를 넘어설 때,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구축할 때도 배터리는 핵심입니다. 탈탄소화, 전동화, 디지털 전환이라는 도전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채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흔들림 없는 비전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열린 과학, 열린 국정: 제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생중계

최근 열린 제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는 여러모로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비공개로만 진행되던 회의가 처음으로 생중계로 공개됐고, 대통령이 위원들과 직접 질의·토론을 이어가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국민이 생생히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바로 사상 최대 규모의 R&D 예산 확대입니다. 내년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약 30조 원,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나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늘린다는 차원을 넘어, 기초과학부터 AI, 전략기술, 국방, 지역혁신까지 ‘미래 성장의 동력’을 다시 짜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큰 뉴스는 PBS(Project-Based System) 제도의 폐지 선언이었습니다. PBS는 연구자가 과제를 따와야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난 30년간 출연연을 옥죄어 온 제도입니다. 연구 몰입을 가로막는 구조라며 현장의 반발이 컸던 만큼 폐지 소식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다만 연구 자율성과 안정성 확대에 대한 기대와 함께, 대체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의 공백으로 현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몇몇 관심있는 주제에 직접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이끌기도 하였습니다. “연구 동기는 자기 이익이 가장 강력하다”며 연구자들에게 파격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소방관이 몸으로 불 속에 뛰어드는 게 맞는 현실인가요?”라며 재난 기술 연구의 필요성을 직접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K-컬처의 인기를 언급하며 해외 인재 유치 방안을 물었고, “과학자가 연예인보다 되고 싶은 직업이 되려면 국가가 직접 예우해야 한다”는 제안에는 “훌륭한 아이디어”라며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회의 말미에서 대통령은 한 문장으로 비전을 압축했습니다. “과학기술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관성을 넘어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합니다.” 단순한 결론이라기보다는, 이제 과학기술이 나라의 앞길을 여는 키워드가 되었다는 선언 같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조금 기대해봐도 될까요?
발행인 :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2팀 | 이주섭 팀장, 이우원 PM, 전소민 PM
뉴스레터 수신을 원치 않으시면 [수신거부]를 클릭하신 후 메일주소를 발송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