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9일,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회장)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공동 주최한 “과학+α 융합토크 – SF, 로봇, 인간”이 한국고등교육재단 지하 3층 컨퍼런스 홀에서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열렸다. 김주형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김영재 LG전자 HS연구센터 수석연구위원이 연사로 특강을 펼쳤고,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가 토론 좌장을 맡았다.

환영사에서 최종현학술원 김유석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AI와 로봇의 융합으로 SF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사람들이 그려봤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곧 도래한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로봇 연구자, 산업 관계자를 비롯한 청중들과 좋은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상상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

이어 진행된 강연에서 김주형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는 “From Fictional Characters To Real Robots”라는 제목으로 본인의 연구 역정과 최근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는 로봇에 대해 발표했다. 김주형 교수는 로봇이나 피지컬 AI의 경우 거대언어모델(LLM)처럼 대량의 데이터를 더 투입하여 성능을 높이는 식으로 발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거대언어모델의 학습에 사용되는 언어나 이미지 데이터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대량으로 생성하는 반면, 산업용 로봇 외에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례가 아직 흔치 않은 로봇의 경우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주형 교수는 “로봇이 생활 속에 보급되어야 데이터가 쌓이고, 그것이 AI와 로봇의 진화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김영재 수석연구위원은 “로봇 앞에 선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본인이 기업에서 수행한 로봇 연구와 그 과정에서 깨달은 통찰에 대해 발표했다. 김영재 수석연구위원은 인간 지능을 ‘탄소 지능’, 인공지능은 ‘실리콘 지능’으로 구분하며 양자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인간 등 생명체 지능의 탄생에 대해 AI의 발전 과정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이는 우연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로봇이 물리적 세계에서 인간처럼 움직이는 피지컬 AI는 아직 10단계 중 2단계 수준에 불과하지만, 충분한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되면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오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1미터’는?

특강 이후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로봇 대중화의 분기점에 대해 김주형 교수는 “가구 높이와 구조가 로봇 사용을 전제로 변한 것처럼 생활양식과 제품 설계가 맞물리며 수용성이 점차 높아진다”며 “로봇 청소기처럼 시간이 만들어내는 학습 곡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로봇의 학습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왕도는 쉽게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영재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빨래·청소를 합리적 가격에 대신할 수 있어야 시장이 열린다”고 답했다. 이어 청소 로봇이 이미 “설치만 하면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수준에 도달했듯, 세탁-건조-개기, 식기 세척-정리 등 ‘마지막 1미터’를 메우는 자동화가 대중화의 관건이라고 부연했다.